뭐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서태지와 나는 같은 세대다. 처음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왔을 때부터 함께 했다. 그때 내가 듣던 음악, 그리고 듣고 싶은 음악을 그가 했다. 그래서 좋아했다. 추억도 많다. 롹을 좋아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서태지 2집부터 조금씩 나와는 다른 음악을 했고, 점차 멀어졌다.
그리고 명백한 표절곡들. 나는 속은 것이었나라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잊고 싶은 헤어진 여자친구처럼 저 멀리 기억 끝으로 미뤄두었다. 오늘 포털 인기검색어에 뜬금없이 소격동이 올라온 걸 보고 클릭했더니 서태지의 노래를 아이유가 불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들어보았다. 역시 내가 좋아할 만한 음악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바로 가사 때문이다.
이런 가사를 쓰다니... 이 블로그에서 예외적으로 음악 없이 가사만 올려본다.
소격동 그 골목길에 가봐야 겠다.

(2014. 10. 6 추가)
서태지의 소격동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가보다. (참고: http://huff.to/ZfR8tP) 지난 군사 정권의 범죄 중 하나인 학원녹화사업을 자행하던 보안사령부가 있던 곳이기도 하여 소격동은 그 사건을 대표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때문에 서태지가 지난 사건을 빗대 현 정권을 비판한다는 소리도 있고, 그저 단순히 그가 어려서 살았던 곳이라는 말도 있다.
예술은 세상에 발표되는 순간 작가의 의도는 배제되기도 한다. 발표 후에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달려있다는 얘기다. 어떤 영화가 누구에게는 감동을 주고, 누구에게는 지루한 것이기도 한것과 같은 이치다. 서태지의 소격동은 각자에게 그렇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좋은 가사라고 나는 평한다.
나에게 소격동은 아름다워야 하지만 아름답지 않았던 80년 대를 반추하고, 자식 세대에 아름다운 시대를 주어야 겠다는 작은 다짐을 하게 했다. 당신은 어떻게 읽히는가? 그것이 맞는 해석이다.


 

소격동 - 아이유 (서태지 작곡/사)


나 그대와 둘이 걷던 그 좁은 골목계단을 홀로 걸어요
그 옛날의 짙은 향기가 내 옆을 스치죠

널 떠나는 날 사실 난
등 밑 처마 고드름과 참새 소리 예쁜 이 마을에 살 거예요
소격동을 기억하나요 지금도 그대로 있죠

* 아주 늦은 밤 하얀 눈이 왔었죠
소복이 쌓이니 내 맘도 설렜죠
나는 그날 밤 단 한숨도 못 잤죠
잠들면 안 돼요
눈을 뜨면 사라지죠 *

어느 날 갑자기 그 많던 냇물이 말라갔죠
내 어린 마음도 그 시냇물처럼 그렇게 말랐겠죠

너의 모든 걸 두 눈에 담고 있었죠
소소한 하루가 넉넉했던 날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이 뒤집혔죠 다들 꼭 잡아요
잠깐 사이에 사라지죠

잊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나에겐
사진 한 장도 남아있지가 않죠
그저 되뇌면서 되뇌면서
나 그저 애를 쓸 뿐이죠

*반복*

(가사 출처: 다음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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